1. 서 론
고온의 β상과 저온의 α상으로 이루어진 2상 타이타늄 Ti-6Al-4V 합금은 높은 비강도, 우수한 내부식성 및 생체 적합성 등의 특성으로 국방, 해양, 항공우주 및 바이오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1-3]. 그러나 타이타늄 합금 특유의 낮은 상온 가공성으로 인해 기존의 가공법으로 Ti-6Al-4V 합금 부품을 제조할 때 많은 비용이 요구된다. 최근 부품설계 자유도가 높고 원소재 사용량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타이타늄 부품 제조 시 이 공정을 활용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4]. 다양한 금속적층제조 공정 중 고에너지 직접조사방식(direct energy deposition, DED)이 타이타늄 합금의 보수와 부품 제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방식은 분말 소결법(powder bed fusion, PBF)에 비해 형상 구현 정밀도가 낮지만, 상대적으로 큰 형상을 제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형체의 수리와 보수 등이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DED 적층이 소재를 균일하게 용융하여 조형체의 기계적 특성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점 역시 주목받고 있다[5,6].
한편, DED 공정을 포함한 전반적인 적층제조 공정으로 타이타늄을 적층 시 β상 변태 온도(beta-trasition temperature, Tβ) 이상에서 용융된 소재가 상온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응고되는 과정에서 미세한 α’ 마르텐사이트가 형성되는 문제가 있다. 이 조직은 연성에 취약한 층상 형태로 생성되므로 기존 주조 공정에 비해 동일한 강도 대비 급격한 연성 악화를 동반한다[4]. α’ 조직의 제어를 위해 반복, 고온, 장시간 열처리 등 많은 후공정이 연구되었고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7,8] 후공정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소모되는 단점이 있다.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전류 펄스 인가법(electropulsing treatment)을 활용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으나[9] 아직 실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실정이다.
Li 등[10]은 산소함량에 따라 Ti-6Al-4V 합금 용융부의 미세조직도 등축정 조직을 보유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기존에 보고된 열처리 공정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미세조직을 제어할 방법으로, 타이타늄 적층제조에 사용하는 분말 소재의 산소 함량을 제어하는 방안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Ti-6Al-4V 합금 조형체의 산소함량에 따른 미세조직 및 상분율 변화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산소 함량에 따른 DED 조형체의 미세조직을 분석하고, 조형체 이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등축정 미세조직을 얻을 수 있는 후열처리 공정을 개발하며, 그에 따른 구상화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2. 실험방법
본 연구는 각기 다른 산소함량을 가진 세 종류의 Ti-6Al-4V 분말을 사용하였으며, 그에 대한 정보는 Table 1에 나타내었다. InssTek사의 MX-450 DED 장비를 사용하여 각 분말들로 45 × 7 × 7 mm3 크기의 조형체를 제조하였다. 실험에 사용된 DED 장비의 공정 조건은 출력 350W, 스캔속도 0.85 m/min, 적층높이 250 μm, 유지시간 3500 ms, 분말공급속도 1.2 g/min이다. 모든 조형체는 미세조직 제어를 위해 950°C에서 2시간 동안 열처리되었다. 이는 Tβ 이하의 α+β상 영역에 해당한다. 냉각 속도에 따른 미세조직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열처리된 시편에 대해 수냉(water quenching, WQ), 공냉(air cooling, AC), 노냉(furnace cooling, FC)을 각각 적용하였다[11].
미세조직 분석을 위한 시편은 30V, -25°C에서 95% methyl alcohol과 5% perchloric acid 혼합액 내에서 전해 연마되었다. 광학현미경(optical microscope, OM), 후방산란 전자회절 패턴분석기(electron backscatter diffraction, EBSD),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e, SEM)을 사용하여 미세조직의 변화를 분석하였다. 또한 asprinted 및 열처리된 시편의 기계적 특성은 경도, 인장시험, 충격 시험을 통해 평가하였다. 경도는 HV 0.2 조건의 비커스 미세 경도계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인장 시편은 게이지 길이 10 mm, 직경 2.5 mm의 환봉 형상으로, 길이 방향과 레이저 스캔 방향이 평행하도록 가공하였다. 인장 시험은 ASTM E8 규격에 따라 상온에서 변형률 0.001/s 조건으로 수행하였다. 충격 시편은 ASTM E23-02 규격에 따라 스캔 방향에 대해 V-notch 형태로 제작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Table 1을 다시 살펴보면, 적층제조된 조형체의 산소함량이 초기 분말 대비 300-400 ppm 가량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DED 공정은 아르곤 불활성가스를 사용하지만 분말이 용융 및 응고되는 과정 중 챔버 내에 존재하는 산소와의 반응은 불가피하므로 이에 따라 산소함량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적층 전후로 시편 간 산소함량 순서가 변하지 않았으므로, 전반적인 산소함량의 증가는 본 연구주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Fig 1에 as-printed 상태의 미세조직을 나타내었다. Ti-6Al-4V 합금을 적층제조시 대표적으로 관찰되는 주상정 구조와 그 내부에 매우 미세한 α-lath가 존재하는 미세조직이 관찰되었다[12]. 또한 α 안정화 원소인 산소함량이 감소함에 따라 prior β 크기와 α-lath 두께가 점차 증가함을 확인하였다. 이는 α 안정화 원소인 산소함량에 따라 Tβ가 달라지는 점에 것에 기인한다[13]. 이로 인해 β분율도 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prior β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 α-lath 또한 prior β의 냉각 과정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산소함량에 따른 lath의 두께가 β상 분율에 비례하여 달라지게 된다. 즉, 산소함량이 감소함에 따라 Tβ가 낮아지고 β상이 증가되는 경향에 맞춰 prior β의 크기가 증가한다. α-lath 또한 같은 경향을 보이나 산소함량 차이에 따른 lath 두께 차이는 최대 0.15 μm로 미미하였다.
Fig 2는 산소함량별 후열처리 공정 이후 미세조직을 분석한 결과를 나타낸다. 열처리 이후 미세조직은 2000에서 600 ppm으로 산소함량이 감소할 경우, 수냉, 공냉, 노냉에 따라 lath 두께가 각각 0.12, 0.4, 3.13 μm 증가하였다. 수냉과 공냉의 경우 산소함량 차이에 따른 미세조직 변화가 as-printed와 같이 매우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았다. 반면 노냉의 경우 미세조직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는데, 이 차이를 통해 산소함량이 낮아지고 열처리 후 냉각속도가 느릴수록 미세조직 구상화 강도가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산소함량의 차이에 따른 두께 변화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우선 β상이 급냉되면서 α’ 구조로 변태될 때[14], 산소함량이 높을 경우 상대적으로 많은 초석 α상이 lath 성장을 방해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초석 α상의 분율은 α상 분율로 간주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산소함량이 높을수록 초석 α상의 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로 인해 α’ 상이 좁은 공간에서 성장되며 상술한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냉각속도가 느려질수록 lath의 성장시간이 충분하기에 두께가 점차 증가한다. 노냉 시 상대적으로 높은 산소함량(2000 ppm)의 조형체는 5 이상의 종횡비를 가지는 반면, 낮은 산소함량(600 ppm)의 조형체는 2 미만의 종횡비를 가진다.
상술한 미세조직 변화를 보다 자세하게 분석하기 위해 산소농도의 차이가 가장 큰 2000 및 600 ppm 조형체에 대해 추가 시험을 진행하였다. 노냉을 적용한 조건에서 가장 큰 미세조직 차이가 나타났기에, 본 시험은 노냉 중 구상화 거동을 분석하고자 설계되었다. 구체적으로 950°C 열처리 직후 각 시편을 800, 700, 600°C 노냉한 후 바로 수냉하여 미세조직을 확인하였다. 600°C 이하에서는 Ti-6Al-4V 상태도 상 미세조직의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기에[15] 본 시험에서 배제하고 상온까지 노냉한 미세조직만 고려하였다. Fig 3는 상술한 추가시험에 따른 2000 및 600 ppm 조형체의 미세조직 특성을 나타낸다. 2000 ppm에서는 lath의 성장이 명백히 관찰된 반면 구상화된 조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600 ppm에서는 lath 성장과 노냉이 진행될수록 구상화가 야기되는 것을 미세조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종횡비 차이로도 확인 가능한데, 2000 ppm에서는 상온에서의 종횡비가 5.17을 기록한 반면 600 ppm에서는 1.76으로 크게 감소하며 산소함량에 따른 구상화 분율 차이를 뒷받침하였다.
구상화 진행 과정을 보다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 Fig 4에 EBSD 및 SEM 분석 결과를 도시하였다. EBSD inverse pole figure map을 통한 구상화 거동 분석 결과 2000 ppm에서는 lath의 성장만 관찰되었을 뿐, 구상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앞서 확인한 바와 같이, 600 ppm에서는 lath의 성장 도중 lath 내부에서 grooving이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다. 냉각이 진행될수록 grooving의 깊이가 깊어지며 이 과정 끝에 lath의 절단 및 등축정으로의 변화가 발생하는 전형적인 구상화의 전조로 판단된다. SEM 이미지를 통해 확인된 β분율은 산소함량과 반비례했으며 이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였다[16]. 또한 wedging/groove 되어가는 부분에 β상이 침투되어 가는 형상을 관찰할 수 있다.
구상화 메커니즘은 cylinderization와 thermal grooving and boundary splitting으로 나뉜다[17]. Cylinderization의 경우 층상 조직의 가장자리에서부터 시작하여 곡률 차이에 따라 곡면 끝에 층상의 평면 영역으로 질량 전달이 이어지며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층상의 양쪽 가장자리에 ridge가 형성되고 원통형 형태를 생성하기 위해 병합된다[18]. 이 과정에서 구상화 메커니즘은 판의 두 말단에서 시작되나, 본 연구에서 구상화의 시작점은 EBSD 및 SEM 이미지로부터 분석된 바와 같이 주로 중간 영역에서 층상의 파단에 의해 시작되었다. 따라서 이 메커니즘은 본 연구에 지배적으로 일어나는 구상화 메커니즘이 아니라고 사료된다. 구상화를 위한 두 번째 메커니즘은 thermal grooving and boundary splitting이다[19]. 적층제조된 Ti-6Al-4V의 미세구조는 α’-lath로 구성되고 α’-lath는 아결정으로 구성된다[20]. 열처리 시 α’은 α 및 β상으로 분해되며 여기서 β상은 α 층상 사이와 그 주위를 둘러싼 형태로 존재한다. α 층상 내 아결정립계의 교차점은 α/β 계면과 교차하여 삼중점(triple junction)을 형성하게 되고, 계면 에너지의 불안정성에 따른 확산을 통해 grooving이 생성된다. α 층상 사이와 그 주위를 둘러싼 β상은 이러한 삼중점에 생긴 grooving에 파고들게 되고 열처리에 따른 열에너지를 동력삼아 α 층상구조를 관통하여 등축조직을 형성한다[21,22]. 본 연구에서도 위와 같이 grooving 이후 β상들이 α 층상 구조를 관통하여 마침내 등축 조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JmatPro 프로그램을 활용한 전산해석 결과에 따르면 산소함량 2000, 1300, 600 ppm 조건에서 Tβ가 각각 981°C, 970°C, 953°C로 계산되었다. 즉, 산소함량이 감소함에 따라 α 안정화 원소 또한 감소하여 Tβ의 감소 및 그에 따른 β분율 증가를 유도한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였다. 결과적으로 산소함량이 낮고 β분율이 높아질수록 상대적으로 α-lath의 크기가 조대해지고 이는 α/β계면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아결정립계의 교차점은 증대된 α/β 경계에 더 많은 삼중점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다수의 grooving 형성되면 wedging effect에 유리하게 작용하여 구상화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Fig 5는 본 연구에서 조사한 Ti-6Al-4V 합금의 기계적 특성을 나타낸다. 구상화 시 미세구조의 이방성이 해소되어 모든 면에서 유사한 경도값을 나타내기에, 이를 통해 구상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23]. 따라서 먼저 전체 시편에 대한 진행하여 각각 스캔 방향(x축)과 적층 방향(z축)에 따른 경도 차이값을 Fig 5a에 나타내었다. 산소함량과 무관하게 as-printed, 수냉 및 공냉 적용시 8-15 HV 가량의 경도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는 아직 이방성이 해소되지 않았으며 해당 소재 내부에 구상화가 억제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2000 및 1300 ppm 산소함량을 가진 조형체를 노냉 처리시 6 HV 이상의 경도 차이가 나타난다. 반면, 600 ppm의 저산소함량 조형체를 노냉할 경우 경도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이를 통해 해당 조형체 내에서 효과적으로 구상화가 발생하여 이방성을 성공적으로 해소하였음을 알 수 있다.
Ti-6Al-4V 적층조형체를 Tβ 이상에서 급냉 시 α’ 구조가 형성되어 낮은 연신율을 가지게 된다[7]. 이러한 특성의 회복을 위해 산소함량에 따른 미세조직 제어가 기계적 물성에 미치는 영향을 인장시험을 통해 확인하였다. Fig 5b는 노냉 시편의 상온 인장특성을 나타낸다. 인장 시험 결과에 따르면 저산소(600 ppm) 조형체의 연신율은 고산소(2000 ppm) 조형체 대비 22% 가량 향상되었다. 효과적인 구상화로 인해 결정립계를 따라 이어지는 균열의 진전이 억제되어 연신율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동일 소재 대비 강도는 약 8% 감소하였는데, α 안정화 원소 감소에 따라 고강도 α상 분율이 감소하였기 때문으로 사료된다[24]. 그러나 연신율 증가 대비 강도 감소폭은 미미한 수준이며, 실제로 극한인장강도와 연신율의 곱으로 비교해 보면, 산소함량이 2000, 1300, 600 ppm으로 감소할수록 해당 값은 13770, 14756, 15264 MPa%로 증가함을 보였다.
적층제조 조형체의 약점인 취성을 검토하기 위해 노냉 처리한 2000 및 600 ppm 조형체를 대상으로 샤르피 충격시험을 진행한 결과를 Fig 5c에 나타내었다. 고산소(2000 ppm) 조형체의 경우 평균 8 J의 흡수에너지와 0.1 mm의 횡팽창 길이를 기록한 반면, 저산소(600 ppm) 조형체는 18 J의 흡수에너지와 0.4mm의 횡팽창 값을 가진다. 인장시험과 마찬가지로, 저산소 조형체 내부에서 활성화된 구상화로 인해 더 높은 흡수 에너지와 그에 따른 큰 횡팽창 길이를 가지는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저산소 조형체의 보다 우수한 인성을 의미한다.
Fig 6a는 충격 시험 이후 두 소재의 파단면을 비교한 것이다. 산소함량에 따라 파단면의 거칠기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고산소 조형체는 전형적인 취성파괴 표면인 매끄러운 단면을 나타내는 반면, 저산소 조형체는 연성파괴의 특징인 dimple을 보인다. Fig 6b와 6c는 각 소재의 파면을 보다 면밀히 드러내고 있다. 고산소 조형체의 파단면에서 lath에 따른 crack line과 취성파괴의 대표적인 특징인 cleavage fracture가 보이며, 이는 적층제조 조형체의 단점인 취성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나타낸다. 하지만 600 ppm의 저산소 조형체의 파단면에서는 dimple과 ridge 등 연성파괴의 대표적 특징이 드러나며 grooving에 의한 boundary split과 함께 구상화에 기인한 연성 회복이 두드러지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결 론
본 연구는 산소함량이 서로 다른 Ti-6Al-4V 분말을 DED 방식으로 적층제조하여 미세조직 및 기계적 특성의 차이를 분석하였다. 산소함량이 감소함에 따라 α-lath 두께와 prior β grain 크기가 증가하며, 노냉 시 그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났다. 또한 산소함량이 낮을수록 Tβ가 감소하며, β상 분율이 증가하여 구상화에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으로 저산소(600 ppm) 조형체를 노냉 시 뚜렷한 구상화 거동이 관측되었으며, 이에 따라 해당 소재는 고산소(2000 ppm) 조형체 대비 우수한 연성 및 인성을 확보하였다.